39주 3일 병원에 내진 보러 가는 길



오늘이 마지막 진료이길 바라며 산부인과로 향하는 길이다. 오늘은 혹시 몰라 운전대를 놓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오래 걷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쟈철 한 번만 갈아타면 되고 첫째 때와는 달리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 역이 생겨서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첫째가 지금 어린이집 부활절 방학이라 남편은 같이 가질 못해서 혼자 티켓을 끊고 한산한 지하철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얼마만의 혼자하는 외출인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같이 갔으면 했는데, 운전을 못해서 못 데려다주는 남편이 한 10프로 정도는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혼자 나오니... 자유로운 기분도 들고 좋다.

U2 종착역 Rothenbach에 있는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다행히 헤매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소변검사, 체중, 혈압을 재고, 태동검사를 진행했다. 태동검사할 때 감기 땜에 기침이 많이 나서 힘들었다.

원래 태동검사 후에 곧 이름을 불러주는데 오늘따라 진짜 너무 기다리게 했다. 심지어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진료를 보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음부터는 그냥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 이 병원 사람들이 딱히 잘못한 건 없는데 그냥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다. 전에 다니던 병원 선생님이 넘 바빠보였지만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독일어를 훨씬 못했는데도 더 잘 통했던 느낌이다. 그만큼 친절했다는 얘기겠지.

어쨌든 한참을 기다리고 내진을 봤는데 아직도 아기 머리가 다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섹스를 하라고 권장하길래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잘못 들은 줄 알고 의사쌤을 한참 쳐다본듯ㅎ 속으로 '지금 이몸으로요???'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매일 산책을 나가야겠다. 범수가 어린이집을 안 가지만 아빠랑 둘을 두고서라고 나가 동네 한 바퀴 휘이 돌고 와야 할 것 같다.

보노야, 제발 빨리 나오자. 엄마 기다리다가 목도 빠지고 허리랑 골반도 다 나갈 거 같다. 양수 터지지 말고 찐진통으로 우리 만나자. 부탁할게. 그리고 머리는 더 커지면 안 돼. 엄마 수술도 안 하고 진공 기기도 안 쓰고 싶다. 자연히 무사히 나와주라.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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