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독일에서도 영유아 검진을 한다.
2월에 5단계 검진(U5)까지 마쳤는데, U6까지는 간격이 너무 길어서(약 5~6개월) 중간에 한 번 추가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보험회사에 추가 검진료에 대한 레터 같은 걸 병원 측에서 싸인하라고 해서 서명했다.
추가 검진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지원되는가 보다. 어쨌든 4월에 그래서 추가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했다. 이걸 독일말로는 Systolikum이라고 하더라.
이 나이 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심장전문의한테 가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심장전문의에게 가져갈 레터를 써 주었다. 괜스레 걱정이 앞서 안 되는 독일말로 추천해준 심장전문의 병원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독일어 실력이 늘었는지 무리 없이 방문 예약을 잡았다. 그런데 무려 3주나 뒤에 오란다. 하아…
의사 선생님이 걱정 말랬으니까 애도 팔팔하게 잘 있고 하니까 걱정은 하루만 하고 그 다음날은 다행히 크게 걱정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 하루이틀 가다 보니 예약 날짜가 불쑥 다가왔다.
살짝 긴장하면서 필수품 쪽쪽이와 과자를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차를 사서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이렇게 새로운 곳에 갈 때는 무척 편한 것 같다.
집앞에 지하철역이 생겨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금방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차로 가는 게 훨씬 편하고 빠르다.
찾아보니 집에서 차로 고작 8분 거리인 병원이었다.
덕분에 30분 전에 바리바리 싸서 출발했는데도 딱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5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해 문을 열자 접수처가 나왔다.
소아과 의사쌤한테 받은 레터를 건넸더니 처음 오면 작성하라는 서류를 줬다.
뭐 간단히 내 이름과 애기 이름을 적고 주소 적고 그런 거였다.
다 작성하고 나니 코로나 기간 때문에 부모 중에 1명만 같이 갈 수 있다고 안내를 했다.
유모차와 남편을 뒤로 하고 내가 들어갔다. 별 수 없다. 그래도 내가 말을 더 잘하니까…
일단 간호사 쌤이 심전도 검사(독일어: Ruhe-EKG)를 해줬다.
이때만 사진을 찍을 겨를이 있어서 사진이 이것밖에 없다.
몸에 이거저거 붙이고 신기한지 가만히 있었다. 그러는 것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몸에서 장치가 떨어지지 않게 봄수가 못 움직이게 한다고 온갖 짓을 다 했다.
우르르르… 아르르르… 까꿍…
이에 이어 손으로 장난도 쳐 보고…
그렇게 한 10분 지나고 겨우 검사가 끝났다.
간호사쌤이 잘 햇다면서, 의사선생님이 계신 방으로 안내해 줬다.
간호사쌤 말이 너무 빨라서 다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공부한 덕이 있는지 간호사쌤 말 중 대략 5, 60%의 단어는 캐치할 수 있었다.
어쨌든 다음은 의사쌤 진료실로 들어가 방 한켠에 있는 초음파 기계로 심장초음파 검사(독일어: Echkardiografi)를 했다.
이때가 더 힘들었다. 시간도 10시가 지나 봄수가 낮잠 잘 시간이었다.
졸리고 싫어서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주의를 돌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발로 의사쌤 팔을 자꾸 차고… 손을 휘젓고…
못 움직이게 막으면 소리를 지르고…
그래도 이런 싫다는 표현을 길게 하지는 않는 아기여서 어찌저찌 검사를 끝낼 수는 있었지만 겁나게 힘들었다.
그 안에서 정말 남편이 그리웠다. 또 이 놈의 코로나…
어쨌든 그래도 크으으으은 어려움 없이 검사를 마쳐준 봄수가 대견하고 고마웠다.
초음파를 보면서 빨간색 십자 모양이었던 것 같다 그런 화면이 나왔는데, 거기서 의사쌤이 뭔가 설명을 했지만 영어로도 말해줬지만 못 알아먹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선뜻 입이 안 떨어졌다.
그러면서 정상이라는 말만 알아들었다.
내 생각엔 그 그림이 좌심실, 좌심방, 우심실, 우심방 이런 거였던 거 같다.
검사가 다 끝나고 다시 물어보려고 했는데, 의사쌤이 소견서를 열심히 작성하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부분이 다 이 레터에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두 번 정도 확인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레터를 해석해 봤는데…
첫 번째 장 키가 잘못 기입됐다. 72cm인데...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보다.
두 번째 장 위에 심전도와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에는 의학용어가 너무 많아서 해석할 엄두가 안 나 지금까지 못하고 있고, 아래 최종 평가(Beurteilung)만 해석을 해 보았는데,
PFO라고 아기 때 있을 수 있는 심장 구멍이 있다고 한다. 이게 영아기 때 자연스레 없어지는데, 1년 뒤에 없어졌는지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권하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는 거니까 안심이 되긴 한다. 이 소견서를 다음 U6 때 소아과에 가져가면 선생님이 어떻게 하라고 말씀해 주실 것 같다.
그래도 1년 뒤에 다시 검사받는 거 나도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병원 검사 마치고 차까지 걸어가는데 봄수가 잠이 들었는데, 카시트에 앉혀도 피곤했는지 곧잘 잤다.
괜히 집에 일찍 가서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있는 우리가 좋아하는 쌀국수집 근처에 주차를 하고 쌀국수를 사 먹었다.
그냥 괜히 밖에서 먹으니까 소풍 온 것 같고, 코로나 땜에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갓 끓인 국수를 바로 근처로 가져와 따끈하게 먹으니 정말 너무 맛있었다.
봄수가 깰 때까지 핸드폰으로 티비를 켜 놓고 오랜만에 남편이랑 데이뚜(?)를 즐겼다.
아들, 넌 정말 효자여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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