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중 응가한 봉봉이, 엄마빠는 멘붕




오늘은 봉봉이가 밤잠을 설친 지 3일째였다.

그저께 밤에는 미열이 날 정도였는데 37.1도여서 다들 별 거 아니라고 했다.

소아과에서도 37.5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주라고 했으니까, 아침에 좀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저녁에는 다시 활기를 찾길래 곧 나아지겠지 했다.

오늘은 새벽 6시 30분에 잠에서 깼다. 그래도 전날에 비해서는 밤에 그렇게 보채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침부터 납품이 있던 나는 이틀간 쌓인 피로 때문에 결국 남편한테 봉봉이를 맡기고 한 시간 잠에 빠졌고, 그 시간 동안 남편 혼자 고군분투…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작업실로 향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봉봉이가 자꾸 ‘엄마, 엄마마맘마’ 이러면서 나를 찾아 울부짖는 바람에 한 번씩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10시 반에 겨우 재우고서 일에 집중하려는데, 11시 반에 또 깨서 나를 찾았다.

그러고 또 다시 재우고 올라와서 일을 마무리하고 엄마랑 통화를 한 후에 잠시 잠을 다시 청하려는데 30분 만에 또 깨서 울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머리가 팽팽 돌면서, 피곤에 쩔어 있는데 밥도 잘 먹지 않는다.

아기용 쵸코 푸딩에 숟가락을 탁탁 넣었다 빼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기분도 안 좋으신데 마음껏 하게 해주자 하면서 휴지로 닦아가면서 놀게 해 주려고 휴지로 팔을 뻗는 사이에 ‘푸융’하고 쵸코 푸딩이 소파에 떨어졌다.

아… 저기요… 제발… 살살 좀…

봉봉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닌 거 아는데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순간 화가 확 치밀어 오른다.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행동으로 나도 모르게 좀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 마음도 이내 사그라든다. 모든 엄마가 이러지 않을까 싶다.

‘그래, 내가 화를 내서 뭐 하겠어.’

천 소파다 보니 순간 예민해졌다. 빨래비누와 수세미를 들고와 열심히 수습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렇게 전쟁 같은 오전 시간을 보내고, 한 이틀 동안 봉봉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그동안 밖에를 안 나가서 오늘은 조금이라도 걷게 하자는 생각에 살 것도 있고 마트로 향했다.

 

마트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찻길에 나가기 전에 한바탕 걷고, 찻길 나가서는 좀 힘들었는지 얌전히 유모차에 앉아 주었다.

마트에 들어서서도 잠깐은 괜찮았다. 빵코너에서 봉봉이 줄 빵을 고르는데 갑자기 내려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유모차에서 잠깐 꺼내 주었다. 어디서 진한 응가 냄새가 났다. 그런데 봉봉이가 아침에 응가를 두 번이나 했더랬다.

그래서 설마 아니겠지. 내 마스크에 응가가 묻었나 싶었다.

봉봉이가 보채기 시작해서 얼른 마트 장보기를 마무리하고 계산하고 나왔는데, 아침부터 먹은 게 별로 없어서 좀 힘이 들었다.

앞에 햄버거와 목살버거를 파는 임비스가 눈에 띄었다. ‘밖에서 좀 먹고 갈까?’

여기 좀 걷고 그러면 봉봉이도 기분이 나아질 것만 같았다.

남편이 주문을 하러 갔다. 계속 찡찡댔다. 걸어다니면서도 찡찡댔다 괜찮다가를 반복했다.

한참을 그렇게 애를 쫓아다니고, 차가 오면 안아들어서 비키고를 반복하는데, 점점 짜증이 심해진다.

궁뎅이 냄새를 맡았다.

‘아… 이건 응가가 확실하다.’

오늘 오전에 두 번이나 해서 응가는 상상도 못했다. 기저귀를 안 챙겼다. 하지만 이 짜증을 얼른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봉봉이를 안고 마트 안으로 뛰었다.

마트에는 기저귀대가 있다. 샘플 기저귀도 넉넉히 구비해 둔다.

하지만 기저귀대에서 닦일 자신이 없다. 일단 마트 안의 샘플 기저귀를 챙겼다.

다른 출구가 없기 때문에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등 뒤를 재빠르게 지나치며 말했다.

“엔슐디궁 (실례합니다)”

화장실로 냅다 뛰었다. 봉봉이는 내품에서 자지러지고 있다.

화장실 기저귀대에 세웠다. 계속해서 자지러진다. 얼굴이 뻘개진 상태로 울어댄다.

멘탈이 털리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 생각한다.

‘괜찮다. 괜찮다. 기저귀 갈아주면 이 울음도 멈춘다. 침착하자.’

얼른 신발, 양말, 바지를 벗기는데도 계속 운다.

세면대에 세워 기저귀를 벗기는데, 차마 기저귀를 다시 말아놓을 겨를이 없다.

그대로 휴지통으로 툭.

얼른 똥꼬를 씻겨야 해!

물을 트는데… 이럴수가… 찬물밖에 안 나온다.

어쩔 수 없지… 내 손의 체온을 믿고 마구 씻겼다.

봉봉이는 더 자지러진다. 많이 차가운가 보다…

최대한 빠르게 다 씻겼지만 물기를 닦을 수건이 없다…

화장실 칸막이에서 휴지를 가져올 겨를은 없다.

내 옷깃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 주었다.

우리 아가가 너무 길게 울었다. 이제는 목이 아플까 걱정이 된다.

새 기저귀를 채우기 전에 안아서 달래주었다.

요즘 변기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봉봉이를 위해 칸칸이 변기 구경도 시켜줬다.

조금 안정이 된 거 같아 기저귀를 얼른 채우는데 또 울어댄다…

‘바지까진 못 입히겠다.’

초조해 하며 기다리는 남편이 있는 임비스 야외 테이블로 다시 향했다.

그렇게 나에게 안겨서 나가는 동안 봉봉이는 안정을 찾았다.

무사히 유모차에 앉아 바지를 입고 양말도 신고 신발도 신었다.

먹다 남은 짜게 식어버린 햄버거를 허둥지둥 입안에 구겨 넣고 응가 수습 무용담을 남편에게 들려 주며 집으로 향했다.

 

힘들면 아빠도 싫다 그러고 엄마만 찾는 봉봉이 때문에 최근 며칠간 너무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그래 내 너의 유일한 엄마이니 너의 짜증을 받아주겠다.

그러니 너도 엄마를 생각해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부탁한다, 아가야.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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