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지 않았다. 육아와 일로 많이 바쁜 것도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초, 나를 시간 날 때마다 잡생각에 빠지게 한 큰 사건이 있었다. 내 현가족과 원가족 간의 갈등이 생겼다. 생각이 많이 복잡해졌다.
나는 이제 내가 책임지고 지켜내야 할 내 가족과 아이가 있다. 제대로 키우고 싶은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 면밀히 생각해 봐야 했다. 내가 어떻게 나고 자라고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취약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것이 어떤 과거로부터 유발된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한 해를 보냈다.
나는 무엇보다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고 그냥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나의 성격(?), 성향(?)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건 그냥 내 의견, 내 생각, 내 감정을 묵살하는 행위이다. 나 혼자일 때는 괜찮았다. 오히려 그게 편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거듭될수록 상대는 나를 넘겨짚고 내 의견을 무시하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쟤는 괜찮겠지' 이런 인상이 되고 만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더욱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런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자기의 의견을, 그게 반대 의견이라 할지라도,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또 호감일 수 있다. 이렇게 드러내 표현함으로써 그 주위에는 호감인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만 함께하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인생은 매우 짧다.
그래서 나는 끊어냈다. 여느 때처럼 스리슬쩍 없던 일처럼 넘어가 보려고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도 차단해냈다. 물론 엄마와는 어떻게 얘기가 잘된 것까진 아니지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가끔 연락하며 지내고는 있다. 그냥 그것으로만 만족하기로 했다. 그들이 나를 그동안 어떻게 대한 것인지 스스로 깨닫고 나에게 진짜 인정하는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도 다시 친하게 지내기에 그들은 나에게 선을 너무 넘어도 한참을 넘어버렸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만 가끔 생각이 들 때면 사실 인간으로서 혐오감까지 들 때가 있다.
그렇다. 이렇게 나는 육아와 일을 하지 않을 때, 그러니까 쉴 때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년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뇌는 많이 지쳐 있다. 2023년 새해에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길 예정이다. 4월에 태어나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 만큼 이제 잡생각에서 벗어나 편해지고 싶다. 이게 내 새해의 목표이다.
둘째가 태어날 때까지 일도 슬슬하고, 블로그도 좀 써보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고, 신랑이랑도 좀 놀고, 우리 첫째와도 알찬 시간을 보내면서 현재에 집중하면서 뇌를 좀 쉬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면 또 더 현재에 집중하게 되겠지. 그리고 챙기지 못한 내 몸도 잘 챙기고 싶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싶고, 건강한 요리를 해 먹으면서 하루하루 소중하게 잘 지내고 싶다.
아, 참.
오늘 또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평소에 요리 채널을 즐겨보는데, 그냥 보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음식하는 게 힘들어보이고 매일 힘들다 힘들다 하는 얘기만 들어서 큰 노동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었는데, 그래서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식구가 늘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음식 하는 것도 좋고, 맛있게 되면 더 좋고, 그걸 또 맛있게 먹어주면 더 좋은 걸 보니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하다. 음식할 때 재료 써는 것, 슥슥 긁어 재료를 한 데 모으는 것, 취합해서 버무리는 것, 반죽하는 것, 그 모든 소리와 감촉을 즐기는 것 같다.
어떤 의사 선생님이 말했는데, 가벼운 움직임은 오히려 뇌를 쉬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 나는 뇌를 쓰는 직업이라 뇌를 쉬게 해주어야 오히려 피곤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은 내가 너무 피곤한 한 해였다.
2023년에는 나의 뇌가 쉴 수 있는 활동을 해나가면서 좀 더 건강하고 평안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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