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및 번역 이야기

출처: IMDB

  지난 한 달간 한국에 다녀왔다. 5월 7일부터 6월 3일까지, 너무 덥지도 않은 괜찮은 날씨에 다녀왔고, 오랜만에 가족들 얼굴 보고 얘기 나누느라 다른 데는 시간을 많이 못 썼지만 그렇기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이 영화만은 꼭 보고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봤다. 사실 마블 영화는 다 챙겨 보는 편이지만 마블의 열혈 팬은 아니기 때문에 그 많은 시리즈를 다 기억도 못하지만, 이번 영화는 정말 잔상에 많이 남을 정도로 강력했다. 마지막답게 마지막을 장식했다랄까?
  이번 영화도 자막 논란이 많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영화를 관람한 후에 그에 대해 검색을 해 봤는데, 많은 블로거분들께서 번역을 지적하고 계셨다. 내가 정확히 극장 번역을 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가 알음알음으로 들어서 알기로는 극장 번역은 적게는 2주에서 많게는 한 달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알고 있다. 물론 요즘은 시스템이 많이 바뀌어서 번역가 한 사람에게 한 영화 번역을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 단위로 배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물론 그래서 시간이 더 촉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에이전시이든 번역가 한 사람이 번역하든 모두 열정을 갖고 뛰어든다면 이 정도의 오역과 논란은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블로거분들의 의견을 잠깐 살펴본 결과 개인 의견이 들어간 부분도 많았고, 명백한 오류라고 꼽을 만한 내용이 다행히 그리 많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를 고려하여 피터지게 고민한 좋은 번역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의견에 가까운 것이지 오역까지는 아닌데 오역이라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번역가에게 치명적인 단어이니...
  번역가가 번역가 욕은 하지 말자 주의여서, (안 그래도 잘하면 본전이지만 남들한테 욕을 먹게 되면 대차게 먹는 직업이니...) 그렇게 크게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그저 크게 아쉬운 부분 2가지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1. 일본어 번역: 助けてくれ
  조직원들이 모두 이미 죽었는데, 혼자 남은 야쿠자 두목이 자신을 죽이려는 클린트에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도와주게"로 번역한 것은 참으로 어색한 번역이 아닐 수 없다. 일본어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help me"가 "살려줘"라는 의미로 쓰인다. 아니 오히려 "살려달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단어이다. 우리 말도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동료에게 도와달라는 뜻으로 "살려달라"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데, 약간 그런 뉘앙스랄까? 일본어를 그래도 조금 배웠다 하는 나의 느낌적인 느낌이니 객관적인 사실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뉘앙스는 그렇다. 내가 일본 애니 오타쿠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건 다른 어떤 어색한 번역보다 귀에 확 꽂히더라...

2. 영화의 큰 주제가 된다고 생각이 드는 대사: rest
  아이언맨에게 캡틴 아메리카 일행이 찾아와, 되돌릴 방법을 찾은 것 같다며 도와 달라고 했을 때, 사랑하는 여인과 딸과 그저 이대로 살고 싶은 마음과, 스파이더맨을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음, 그 두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페퍼 포츠가 말하는 대사인데,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나지면 번역은 "이대로 발 쭉 뻗고 잘 수 있겠어?"라는 뉘앙스였는데... 이때 정확히 rest라는 단어를 말한다. (영화를 다시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아이언맨이 죽을 때 페퍼포츠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Tony, we’ll be okay. You can rest now." 이게 사실 이어지는 것인지 번역가가 캐치하지 못한 것 같다. 문학적으로 봤을 때 분명 이 시나리오 작가가 의도한 대사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 앞에 나온 대사와 한국어 번역도 통일을 해 줘야 할 것 같다. "이대로 마음 편히 쉴 수 있겠어?" / "우리는 괜찮을 테니까 이제 마음 편히 쉬어."라고 하는 식으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번역 오류라고 잡은 것들 중에는 영상 번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이 많았던 것 같다. 영상 번역은 말을 최대한 짧게 하고, 그림에 맞게 뭉뚱거린다. 그래야 잘된 번역이다. 적어도 여태까지는 그렇다. 지금처럼 영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진 시대에 적절치 않은 번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번역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영상 번역의 최우선 과제는 원문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으로 영화의 내용을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어쩐지 요즘은 이 2번째 단계가 생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도록 하는 자막이 바로 번역 오류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메뉴얼이나 기사글 같은 번역은 원문에서 많이 벗어나면 오역이다. 정보를 주는 글이기 때문에 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게 바로 번역 오류인 것이다. 매체마다 최우선해야 하는 번역의 가치가 다르지만 결국은 원어민 독자나 시청자의 반응과, 번역된 국가의 독자나 시청자가 보이는 반응이 같으면 완벽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목표로 지향하면서 번역을 하긴 해야 한다. 결론은 번역이라는 게 가볍게 왈가왈부할 정도로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 혹독한 비난과 비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번역 품질이 높아지는 데 기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해당 번역가는 너무 상처받지 말고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았으면 싶다. 하지만 영어를 모두 이해해 자막이 영 거슬린다면 자막 없이 영어 대사에만 집중해 보는 것이 영화를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K.H.

Soratemplates is a blogger resources site is a provider of high quality blogger template with premium looking layout and robust design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