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4차 검진, 그리고 예방접종

This is a big day!

드디어 4차 검진, 그리고 예방접종을 맞으러 소아과에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오늘 봉봉이는 생애 처음으로 주사를 맞게 되었다. 다른 엄마들의 무용담을 익히 들은지라 은근 기대가 되었다. 원래 걱정을 해야 정상인데 말이다. 나에게는 쪽쪽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다. 얼마나 크게 울지, 우리 쫄보가 얼마나 무서워할지 반응이 궁금했다. 이 호기심 대장 엄마를 용서해 다오. 무서운 곳에 가는 걸 아는지 어제는 밤에 쭉 푹 자질 않아서 이군도 나도 매우 피곤했다. 7시 40분이 되어서야 겨우 아침을 먹고 슬슬 챙기기 시작했다. 병원이 바로 앞이라 예약이 8시 30인데도 15분에만 나가면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한다. 오늘은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어쩐지 스산한 기운이 우리를 감쌌다. 비가 오면 유모차를 끌기 귀찮고, 병원도 바로 앞이라 간편하게 아기띠를 메고 우산을 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직 들지 못할 정도의 무게는 아니다.

(뭐하러 가는지도 모른 채 아빠한테 해맑게 매달려 있는 봉봉)

아침 일찍이라 한산한 병원.

운영 시간을 보면 9시부터로 되어 있는데 8시 30분부터 예약을 잡아 준다. 9시부터는 환자가 몰려서 아침 시간에도 한 팀 정도 받는 듯하다. 우리는 운 좋게도 매번 이 시간에 예약이 잡힌다. 집이 바로 앞이라 우리에게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그리고 봉봉이는 아침 시간에 컨디션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아침에 병원을 가는 것이 서로가, 우리 모두가 평안한 길일 것이다. 8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해서 들어가니 하루의 준비로 분주했다.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봉봉이의 이름을 부르며 맞냐고 물었고, 우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접수처에 있는 간호사 분은 우리에게 독일말로 얘기하신다. 많이 어려운 말을 제외하고는 이제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요청하신 대로 보험 카드와 Untersuchung Heft(검진 기록표)를 냈다. 접수를 마치고 검사실로 안내해 주셨다.

(검진 기록표)

일단 검진 먼저.

아이 낳는 게 독일에서가 처음이라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독일에서는 Untersuchung(검진)이라고 해서 1차 검진은 U1, 2차 검진은 U2, 이런 식으로 부른다. 출산 병원에서 U2까지 끝내고 U3부터는 동네 소아과에서 진행하면 된다. U3는 9월 초에 받으러 갔었는데, 그때만 해도 애기 낳고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 포스팅은 자꾸 뒤로 미루게 됐다. 오늘은 U4를 받았다. U4는 일단 기본적으로 키, 몸무게, 머리 둘레를 재고 다리 고관절은 괜찮은지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잡고 걸음마를 떼 보게 하고 엎드려서 고개는 얼마나 드는지 등 기본적인 신체 검사를 하고 눈동자가 빛을 잘 따라가는지도 검사했다. U3 때는 Vitamin-K도 주입하고 고관절 초음파 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U4는 비교적 빨리 끝났다. 아마 U3에서 이상이 없어서 기본적인 것들만 검사하고 넘어가는 듯하다. 어디서 들은 건데 U3 때 고관절에 약간 문제가 있으면 U4에서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평소 봉봉이가 약간 다리를 왼쪽으로 치우치게 해서 허리가 왼쪽으로 휜 상태로 자는 걸 좋아하는데, 혹시 잘못될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검사실에 누워 있는 봉봉)

그러고 나서 드디어 주사.

지난번에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입으로 주입했는데, 이번에는 입으로 주입하는 거 하나, 주사 양쪽에 두 방을 맞는다고 의사 선생님이 앞서 설명을 해주셨다. 걱정 10% 기대 90%의 마음으로 봉봉이의 손을 잡고 주사 바늘을 기다렸다. 왼쪽에 한 방 맞자마자 “뿌에엥” 울음이 터졌다. 근데 생각보다 그 울음은 길게 가지 않았다. 그러고 오른쪽에 한 방 맞았는데 이번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더 크게 “뿌에에엥”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 끝난 줄 알았는데 또 맞아서 서러웠나 보다. 이제 끝났다고 얼른 안고 토닥토닥해 주니까 금방 괜찮아졌다. 뭔가 기대했던 만큼 허무하게 끝나버렸지만 그래서 안심이 되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주사 맞은 자리: 한국은 귀여운 밴드 붙여 주는데 여기는 그런 거 없다...;;)

로타바이러스 백신만 맞은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한 번에 맞아서 그렇게 입으로도 넣고 다리 양쪽에 맞은 거였다. 맞은 항목은 아래와 같다.

Tetanus: 파상풍

Diptherie: 디프테리아

Pertussis: 백일해

Poliomyelitis: 소아마비

Haemophilus influenzae b (Hib):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Hepatitis B: B형 간염

Pneumokokken: 폐렴구균

Rotavirus: 로타 바이러스

오늘의 질문.

사실 소아과에 가면 많은 걸 물어보고 싶지만 일단 담당 의사 선생님이 자기한테 주어진 일 외에는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인상이라 선뜻 물어보기가 그렇기도 하고 내가 독일어가 서툴어서 망설여지기도 한다. 의사 선생님의 영어가 그렇게 매끄럽지가 않아서 영어로 얘기할 때마다 조금 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에 결핵 주사랑 혈액형 검사는 꼭 물어보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일단 결핵 예방 주사를 맞을 수 있냐고 물었다. 독일은 결핵 환자가 없어서 백신을 맞지 않는다고 설명을 하셨는데, 나는 우리가 한국에 왔다갔다 해야 할 수도 있어서 거기는 조금 위험국가라서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독일은 환자가 없어서 약도 없다고 얘기했다. 흠..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데 어디서 구하실 수 없냐고 끈질기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별로 귀찮은 일은 안 하고 싶은 듯했다. 지난번 U3 때 내가 혈액형 검사 물어봤을 때도 그걸 왜 하냐며, 할 필요도 없고 그건 보험으로 커버가 안 돼서 돈 든다고 랩에 혈액 체취해서 따로 보내야 한다면서 더 물어보기 무안하게 아이 다루듯 설명하길래 더 하겠다고 말을 못했는데, 이번에도 결핵 예방 주사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혈액형 검사를 또 하겠다고 하면 해주긴 할 것 같았지만 뭔가 번거로워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일단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질문은 없다고 하면서 검사실을 나왔다. 간호사 친구가 한국에 들어가서 맞는 것보다는 독일에서 맞을 수 있음 맞는 게 안전하지 않겠냐고 조언을 해줘서 바쁜 일들이 정리되면 꼭 다른 병원을 찾아봐야겠다.

귀가, 그리고 미열.

병원 갈 때, 아니 외출할 때 필수품인 쪽쪽이를 오늘도 챙겨 갔는데, 주사 맞고 울길래 안아주고 쪽쪽이를 물렸더니 아기 띠에서 나한테 기대지도 않고 벌러덩 누워서 잠이 들었다. 약 기운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저번에도 백신 맞았을 때 온종일 잠에 취해 내내 취침하셨는데, 오늘도 그러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왔다. 원래 아기띠에서 내릴 때 꼭 한 번은 깨는데, 오늘은 깨지도 않았다. 아직 눕히는 기술이 부족해서 평소에는 깨는 거겠지… 아침에 그렇게 봉봉이랑 한 시간은 내리 잔 것 같다. 한 시간 뒤에 맘마가 먹고 싶어서 깼길래 기저귀도 갈아주면서 체온을 재 봤는데, 37.5도로 정상이었다. 이렇게 오늘도 열은 안 나려나 보다 했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평소보다 손발이 좀 뜨거운 거 같아서 체온을 쟀는데, 38.5도였다. 이 정도면 미열이라는데 의사 선생님이 38.5도를 넘으면 주라고 건네준 해열제가 있었는데, 딱 38.5도여서 주기도 그렇고 안 주기도 그랬는데, 일단 약이니까 뭐가 좋겠냐 싶어서 좀 기다려 보기로 하고, 목욕은 시키면 안 돼서 머리만 감기고 침대에 눕혔다.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남은 일을 정리하고 이군이랑 좀 얘기를 하다보니 3시간이 지났다. 이때 울면서 깨길래 열이 나서 힘든가 싶어서 다시 체온을 재 봤는데, 37도로 오히려 확 내렸다. 다행이었다. 첫 아이다 보니 온갖 게 다 고맙다. 이 작은 몸으로 3방이나 주입된 백신을 이겨줘서 정말 기특하고 고마웠다. 병원에서도 매우 튼튼하고 건강하다고 하니까 그것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외국에서 아기를 낳고 기르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아이가 아프면 더 멘붕이 올 것 같아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원래도 이쁘지만 이런 건강한 봉봉이를 보고 있으면 더 사랑스럽고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더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는 봉봉이가 더 좋다.

(집에 오늘 길에 기절하신 봉봉)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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