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어느 날의 일기

 

오늘은 그냥 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임신하기 전부터 살이 많이 쪘는데, 출산하고 나니 아기도 돌보고 일도 하고 몸도 온전하지 않으니 원래도 다이어트는 작심삼일이었지만 이젠 뭐 엄두도 안 난다.

한 4개월째에 접어드니 이제 운동을 좀 시작해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손가락 관절이랑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날 때 무릎 관절이 아프긴 하지만... 걷고 간단히 뛰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어제까지 일이 너무 많았다. 폭풍 같이 몰아쳤다. 아무래도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작업자들과 같이 하는 일이 에너지 소모가 많다. 물론 같이 일하는 게 좋다. 이 문장은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왈가왈부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 또 배운다. 누군가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정보를 알려준다. 그런데 그렇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납품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

어제는 그러다 1시나 되어 잠이 들었다. 사실 아기 낳기 전에는 1시는 나에게 초저녁이었는데, 계속 11시, 늦어도 12시에 자다보니 1시 넘어서 잠드니 아침이 너무 힘들었다.

오늘은 일찍 자서 내일 아침부터 작업을 해야 하지만, 잠깐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요즘 밤공기가 좋다. 저녁에 나가서 주차 연습을 하다보니 알게 된 거다. 그전에는 집밖으로 잘 나가질 않았다. 외국이라 어두울 때 나가는 게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남편이랑 집에서 티비 보고 맛난 거 해먹기 바빴다. 그러면서 뒤룩뒤룩 살이 쪘겠지. 어쨌거나 그렇게 찐 살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오늘은 밤공기를 마시며 집앞 골목(골목이라기엔 좀 큰 길이지만)을 한 바퀴, 그리고 두 바퀴 돌았다. 원래는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편인데, 이렇게 밤 공기 마시는 것도 좋았다.

가끔은 그냥 숨이 차게 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도 귀찮아서 이내 그만둔다. 이제는 그러지 말고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 한 바퀴, 두 바퀴 휘휘 돌다가 들어오려고 한다. 그냥 츄리닝 입고 요 앞에만 잠깐 뛰어도 숨은 충분히 차니까. 



집앞 길을 휘이 한 바퀴 돌면 이렇게 가을을 맞은 낙엽길도 나온다. 밤이라 사진이 많이 흔들리긴 했다. 나름 소복이 쌓인 낙엽을 밟으니 스븍스븍 하는 낙엽 밟는 소리도 좋고 그 아래 폭신한 흙도 느껴져서 때 아닌 밤중에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써야 할 블로그 글도 많은데, 번역 이야기도 해야 하고, 우리 아들 이유식 먹는 얘기도 해야 하고, 자동차 구입한 얘기도 해야 하고, 출생신고 포스트도 아직인데, 오늘은 그저 일기가 쓰고 싶었다. 아무 정보도 없는, 그저 내 감정대로 써 내려가는 일기를 쓰며 오늘의 감정을 마지막으로 일기 쓴 이후로 육아와 일로 폭풍 같았던 내 삶 속에서 복잡했던 내 머릿속과 마음들을 훌훌 털며 정리하고 싶었다.

다 훌훌 날리니 내 속도 그리고 이 밤도 그저 고요하다.

내일부터 또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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