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텀, 꼭 지켜야 하는 걸까?

지난 7월 우리의 첫 아기가 태어났다. 우리 봉봉이는 태어난 첫날부터 넘 사랑스러운 아기였다. 남편이 같이 병실을 지켜주지 못한 상태에서 성치 않은 몸으로 돌보기에도 힘들지 않게 매우 얌전했다. 젖이 바로 나오지 않아, 하루를 꼬박 굶어도 얌전히 있던 아기였다. 물론 그날 새벽에 자지러지고 난리가 났지만… 그건 우리 봉봉이 잘못이 아니다…

이튿날 새벽 굶어 자지러지면서 옆사람한테 눈치도 보이고 아기를 돌보는 게 사실상 거의 처음이라 어째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나로서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 다음날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 나왔다. 집에 와서는 난생 처음해 보는 모유수유 때문에 방법을 몰라 또 고생을 했지만, 이것 역시 우리 아기의 잘못이 아니다…

모유가 도통 잘 나오지 않고 나중에 잘 나오게 됐을 때도 이미 분유에 익숙해져버린 우리 봉봉이는 모유를 빨아주긴 했지만 늘 양이 모자라 분유를 더 먹었다. 얼마나 빨리 크고 싶은 건지 금방 배가 꺼져 또 금방 맘마를 찾았다.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모유만 먹여보려 했지만 빠르면 30분, 늦으면 한 시간 반 만에 또 모유를 찾으니 계속 물려도 모자랄 뿐이었다. 물리면 물릴수록 모유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물리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내가 가슴은 큰데 젖꼭지는 짧아서 아기가 물기가 너무 힘들다.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손가락으로 젖가슴을 열심히 눌러봤지만 그러면 내 손가락이 또 넘 아프다. 젖병에 이미 맛을 들인 우리 봉봉이는 젖을 5~10분 물고 나면 틀림없이 분유를 찾았다. 자꾸 젖을 물리려고 하면 또 자지러지게 울었다. 솔직히 44일이 된 지금 같으면 그때 아기가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계속 물려봤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진짜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아무도 오지 못했다. 그저 남편과 나 둘뿐이었다. 거기다가 미리 예약한 헤바메는 내가 퇴원하기 직전까지 연락이 없어서 신뢰할 수 없을 뿐더러 코로나 때문에 더 집에 부르는 게 조심스러워서 그냥 오지 말라고 했다. 그냥 부를걸 싶다가도 그 헤바메는 진짜 아닌 것 같다. 다음의 기회가 온다면 경력이 많고 나이 많으신 분으로 초대하고 싶다. 어쨌든 헤바메가 없으니 가이드라인 잡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 우리 셋은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수유텀에 대해 얘기하려다 보니 두서가 길어졌다. 맘마를 처음부터 어떤 식으로 먹였는지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말이다. 엄마도 그렇고 인터넷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봐도 분유를 먹이면 더욱 수유텀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기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90이나 120ml씩 먹이면서 3시간 간격으로 먹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배앓이가 왔다. 또 그러다가 원더윅스가 왔다.

초보맘, 초보파파라면 배앓이나 원더윅스가 뭔지 모를 수도 있다. 이건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얘기해 보기로 해야겠다. 뭐 우리나라 블로그 글이나 그런 데도 설명을 잘 해 주셨지만 나는 독일에 있어서 외국은 상황이 어떤가 싶어 영어로도 열심히 찾아봤다.

배앓이나 급성장기 시기가 오니 수유텀이고 뭐고 하나도 지켜지지가 않는다. 어떤 사람은 23일 동안 쭉 하면 된다고 그러는데… 사실 23일 지나면 배앓이나 급성장기가 지나간다. 그때부터 수유텀이 지켜지는 건 엄마가 그렇게 먹여서가 아니라 아이가 이제 몸과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시기라 규칙적으로 먹는 것 같다. 뭐 다들 그러지만 육아에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아이마다 다 성향이 다르니까. 근데 아주 신생아 때부터 수유텀을 지키라는 말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저 개똥철학일지도 모른다. 아기는 백일까지 무려 몸무게가 2배나 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게 갑자기 크는데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가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아주아주 순한 애기들은 별탈없이 지나가기도 한다고 한다. 근데 갑자기 뿌옇던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면 신기해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섭지 않을까? 그렇게 몸과 마음이 불안정한 시기가 지나야 비로소 수유텀을 지켜서 수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수유텀은 엄마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아기가 만들어가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근데 또 단정할 수는 없는 게 이건 또 내 아기에게만 해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아기에게는 수유텀을 만들어주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기가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데도 막 울리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철학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고작 아기일 뿐인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인데, 버릇이 나빠질까 봐 힘들게 하는 것보다는 마음껏 사랑해주는 게 아기가 이 세상에 적응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훈육은 조금 더 커서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뭐든 적당히 하는 것이 좋겠지. 아기도 엄마빠도 너무 애쓰는 생활이 되지 않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생각하고 힘든 시기도 최대한 즐겁게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도 순탄치는 않겠지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나도 남편도 같이 아프지 말고 부모로서 잘 성장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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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앓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봉봉이. 저렇게 온몸이 빨개져서 우는데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제 좀 크니까 우는 게 덜 안쓰러운 듯. 어쨌든 내 새끼라 그런지 우는 것도 넘 이뿌고 사랑스럽다.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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