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봉봉이가 태어난 지 147일째 되는 날이다.
거실에서 같이 자는 건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나, 약간 예상했듯 저녁잠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거실에서 엄마빠가 깨 있으니까 자기도 같이 놀고 싶은 건지 9시나 10시까지 안 자더니... 급기야 어제는 11시에 잠들었다. 어제 하루만 그럴까 싶었는데 오늘 예방접종한 날이라 피곤할 텐데도 잘 생각을 않는다. 결국 10시에 같이 누웠다. 잠이 들 때까지 옆에 누워서 쉬쉬~ 하면서 손을 잡아 주었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고, 혹시 중간에 깰까 봐 나는 20분 정도를 옆에 더 누워 있었다. 현재 시각 12시, 아직까지는 곤히 잘 자고 있다.
봉봉이를 재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기약 없는 기다림이기에. 봉봉이 56일쯤에 수면 교육을 잘 시켜야 엄마빠가 편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시도를 했었다. 그런데 원래도 아기는 무서운 속도로 크는데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기 몸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드는 게 쉬울 수 있을까?
규칙이 있는 건 좋지만 거기에 속박하고 싶지 않은 내 욕심일까?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되,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여 그걸 변경하고 수정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내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교육시키는 게 힘들어서 하는 나의 변명일까?
어찌됐든 칼 같은 수면 교육은 포기했었다. 아기도 어떤 날은 잠이 잘 오고 어떤 날은 안 올 거 아닌가?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다. 나도 평소에 12시에 자다가 1시에 자고 싶기도 하고 3~4시까지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싶기도 하다. 아기라고 다를까? 사실 아기는 이 세상에 호기심 드는 게 더 많을 텐데, 자꾸 깨어 있고 싶겠지. 어쩔 수 없이 졸려서 자는 거겠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더 이상 몇 시에 딱 자라고 강요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못하는데 아기보고 하라는 건 너무 모순 아닌가?
그럼에도 수면 교육은 하면 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물론 부모가 그럴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온 가족이 군대 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나랑 둘리는 그건 안 될 것 같다... 자신 없다. 어떤 날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늦어질 수도 있는 거고, 어떤 날은 지난번 여권 만들러 프랑크푸르트에 간 것처럼 하루종일 긴 여행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는 봉봉이에게 이것저것 보여 주기 위해 더 많이 돌아다닐 텐데... 규칙적인 시간에 뭔가 딱딱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 적어도 밤잠 자는 시간이라도 정해서 지켜 줘야겠다. 요즘 봉봉이는 2~3시쯤부터 5~6시까지 낮잠을 잔다. 이렇게 쭉 낮잠을 잔 친구에게 목욕하고 다시 바로 저녁잠을 자라고 뭐라고 하진 못하겠어서 8~9시 정도에 재우고 있었다. 어제를 제외하고는 늦어도 9시 반 안에는 잠들었던 것 같다. 본인이 만든 패턴이지만 어쨌건 패턴이 생겼으니, 100일 전만큼 변화무쌍하게 크는 것도 아니니깐 청소년이 되기 전까지는 지켜야 할 잠드는 시각을 8~9시로 정해줘야겠다. 본인이 자겠다고 잠이 온다고 하면 8시에 재울 것이고 안 자고 뻐팅기고 있을 때는 9시에는 불을 다 끄고 눕히기로 했다.
그렇게 정했지만 또 10일이 지나고 나는 다른 깊은 고민에 빠져 블로그에다 잠들길 기다리다 지친 심경을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시각 12시 22분.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심경 토로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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