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임신/출산기 - 5

32주 5일차:

이날도 어김없이 산부인과에 정기 점검을 받으러 갔다. 평소대로 혈압을 재고 몸무게도 쟀는데, 이날은 피검사도 했다. 그러고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질염은 아직 있다고 그랬지만 약은 따로 처방을 안 해 줬다. 그러고 기대되는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이제 나올 때가 다 되어서 그런지 뭔지 모르겠지만… 애기 무기도 머리 크기도 안 재고 그냥 역아로 있는지 어떤지 위치만 확인하고 바로 떼셨다. 근데 봉봉이가 역아로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멘붕이 왔다. 사실 뭐 어쩔 수 없이 수술한다고 해도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나 아픈 건 매한가지일 테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봉봉이가 역아로 있다니까 뭔가 기분이 찜찜하고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나가자마자 남편이 나 자연분만해서 언제 나올지 몰라 걱정하고 많이 아픈 거보다 수술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위로를 해줘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태동 검사를 빼먹을 뻔했는데, 나가는 나를 간호사 쌤이 붙잡아서 태동 검사도 했는데 정상이었다. 봉봉이가 여태 모든 게 정상이었는데, 갑자기 역아라고 하니까 마음이 찜찜했나 보다. 벌써부터 이렇게 별 거 아닌 거에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데, 진짜 애기가 태어나면 매일매일 고민일 것 같다.

34주 3일차:

며칠 전부터 봉봉이의 움직임이 뭔가 달라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봉봉이가 자꾸 콩팥인지 방광인지 내 장기를 차는 거 같아서 움직일 때마다 “헉” 소리가 났는데, 얼마 전부터는 배꼽 위에서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까 봉봉이 머리가 아래쪽으로 갔다고 한다. 이날도 초음파 검사는 머리 위치만 확인하고 끝이 났다. 지금까지 봐 주시던 의사 쌤이 휴가라서 다른 선생님이 오셨는데, 너무 나이가 많으셔서 이것저것 봐 달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질염은 조금 더 심해졌다고 약을 처방해 주셨다. 찾아보니 질염이 있으면 조산 위험이 있다는데, 아직 뭐 그런 위험한 신호는 감지하지 못했다. 근데 약국 가서 처방받은 약을 사서 뜯어보니까 연고도 같이 들어 있었다. 이걸 정확히 어느 부위에 발라야 하나… 안에 들은 설명서를 보니 질 안쪽에는 바르지 말라고 되어 있다. 난 잘 바를 자신이 없어서 남편이 꼼꼼히 발라주고 있다. 뭔가 부끄럽지만… ㅎㅎ;; 지난번에 피검사한 거 결과가 나왔는데 철분제를 꾸준히 먹고 있어서 그런지 수치가 조금 올라갔더라 아직 정상 수치인 “12”는 안 되지만 “11.3”까지 올랐다. 그리고 의사 쌤이 질염 때문에 단 거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안 낫는다고 그러는데… 요즘 사실 아이스크림 막 퍼먹고 그랬다. 덥기도 하고 단 게 너무 당긴다… 그리고 맛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발견해서 거기에 중독됐는데 청천벽력 같은 얘기… 언니 말로는 단 거 많이 먹으면 혈액이 일시적으로 찐득해져서 혈액 순환에도 안 좋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쥐가 잘 났는지도 모르겠다. 단 거 조금 조절하니까 확실히 다리가 덜 저린 거 같기도 하다. 플라시보 효과는 아니겠지?

이제 병원에 딱 세 번만 더 가면 봉봉이가 태어난다. 낳는 게 무섭기도 한데, 봉봉이를 직접 이제 만난다니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오만 가지 감정이 드는 것 같다. 우리네 엄마들이 다들 이런 비슷한 감정으로 우리를 갖고 낳으셨겠지? 뭔가 생명의 신비로움을 몸소 체험하는 기분이다. 봉봉이가 그저 건강하고 무사하게 잘 태어나 주기만 하길 바란다. 물론 나도 뭐… 병원에서 죽이기야 하겠어? 하하하하하하 ㅎㄷㄷ 그래도 이 코로나 사태에 가족들이 아무도 못 오지만 남편이라도 옆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인 거 같다. 내일 모레는 드디어 출산 병원에 등록(예약?)을 하러 간다. 코로나 때문에 나 혼자 가야 하지만 이것저것 물어봐야 하니 내일은 질문지를 작성해 봐야겠다.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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