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독일 뉘른베르크에는 출산 병원이 총 2~3개 정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중에서도 뉘른베르크에서 사귄 친구 두 명 다 이용했다는 할러비제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예정일 3달 전에 문의했더니 8주 전에 전화로 등록 날짜를 예약하라고 했다. 그래서 8주 전에 4주 전쯤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근데 영어를 못하신다고 해서 한 차례 멘붕이 왔다. 그래도 예약 날짜 잡는 거니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독일어를 천천히 해 보았다. 겨우 겨우 예약을 잡았고 그게 바로 6월 17일 오전 11시였다. 남편은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못 들어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의 만삭인 내가 걱정돼서 오늘도 같이 따라가 주었다. 아기가 나오려고 하면 집에서 택시 타고 이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재 볼 겸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를 불러서 가는 데까지 총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따.
밖에서 본 전경인데 병원이 생각보다 꽤 컸다. 사실 안에 들어가서 조금 헤매기까지 했다.
위 두 사진은 남편이 나를 한 2시간 가량 기다리면서 찍은 뒤쪽 사진이다. 이런 뒤뜰에서 간호사 언니들이 정답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담배를 많이 피우는 듯… 병원 앞에 마땅히 앉을 데가 없어서 여기 벤치에서 날 기다린 듯하다. 매번 같이 가서 밖에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고맙… (눈물)(눈물)
남편이 밖에서 고생하는 동안 나는 안으로 들어가 손 소독을 하고 인포메이션에 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으니 임신했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하니까 몇 번 앨리베이터를 타고 두 층 아래로 내려가라고 했다. 그래서 산부인과가 무슨 지하에 있지 싶었는데, 여기 부지가 오르막길이라서 지하 2층인데 밖으로 창문이 다 뚫려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랐는데, “Geburt Anmeldung”인가? 정확하진 않은데 출산 등록이라는 뜻의 안내문이 곳곳에 있어서 그걸 따라갔다.
벽면에는 위와 같은 안내판도 붙어 있었다. 나는 “Ambulanz Geburtshilfe”로 갔다. 그랬더니 등록 절차를 밟아 주는 사무실이 있고 그 옆에 대기실이 있었고 그 복도 다른 방들은 진료실인 것 같았다. 생각보다 병원이 꽤 컸고 한국 종합병원에서 나는 병원 냄새도 안 나고 쾌적했다. 그리고 의사 쌤이랑 접수받아 주시는 간호사 쌤인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책상 앞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너무나 친절했다. 내가 독일말은 어렵다고 하니까 질문지를 영어로 건네 주었다. 영어라도 의학용어는 몰라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와이파이도 빵빵 잘 터져서 사전 찾으면서 질문지를 작성했다. 질문지 작성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흔히 병원 가면 작성하는 질문지였는데, 정기적으로 먹는 약이 있는지 질병이 있는지 수술한 적이 있는지 뭐 그런 문항들이었다. 난 병 걸린 적도 없고 수술한 적도 없어서 거의 다 No에만 체크표시를 하면 되었다. 대기실에서 질문지 작성을 끝내고 다시 사무실에 가서 작성한 질문지를 냈더니 좀 이따가 의사 선생님이 “프라우 팍”이라고 하면서 날 불렀다. 그래서 갔더니 그 선생님은 독일말밖에 못한단다… “나더러 몸집이 작은데 배가 크네, 애기 머리는 위에 있냐?” 라고 물어봤는데 내가 대답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영어하시는 분이 봐 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이건 좋지 않다고 하시며, 날 다시 밖으로 데려갔고 대기실에서 더 기다리라고 했다. 뭐 그 생각에 동의는 하는데 나 알아들어서 대답하려고 하는데, 완전 굴욕적… 쫓겨났다… 아놔… 그렇게 20분~30분 정도 더 기다리니까 다른 영어 할 줄 아는 친절한 선생님이 날 다른 진료실에 데려갔다. 아기가 아직 거꾸로 있냐고 물었고 나는 지난주에 병원 갔을 때는 머리가 밑에 있었다고 하자 그럼 일단 초음파부터 보고 얘기를 하자고 했다. 정기 검진 병원에서는 애기 크기도 요즘 안 재 주었는데 여기저기 훑어 보시면서 머리 크기랑 배 크기랑 다리 길이를 재 주셨다. 봉봉이가 머리는 계속 아래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의사 쌤이 자연분만이랑 수술 중에 뭐가 더 좋겠냐고 물어보셨다. 난 병원에서 당연히 자연분만 권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거 물어보실 줄 알았음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갔을 텐데… 그래서 일단 자연분만 해 보고 싶은데, 내가 아빠쪽 체형을 닮았고 고모들이 다 자연분만 어려워서 제왕절개를 했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쌤이 엄마는 자연분만 했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속골반은 엄마를 닮았을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일단 그럼 자연분만을 시도하고 안 되면 수술하는 걸로 하자고 하면서 그런 것들을 차트에 자세히 기재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 봉봉이 신체 중 무거운 쪽이 내 등쪽으로 가 있기 때문에 고양이 자세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로 자주 있으라고 권해 주셨다. 그리고 병원은 24시간이니까 언제든 진통이 느껴지면 와서 분만실에 가서 벨을 누르면 된다고 했다. 사실 이게 젤 걱정됐었는데, 당연히 24시간이겠지 생각만 하다가 확실해지니까 넘나 안심이 되었다.
그러면서 정기 검진 병원에 낼 레터를 한 장 써 주셨다. 내 진료 정보와 아기 크기 등이 적혀 있고 선생님께 말씀드린 가족력도 아래에 메모를 해 주셨다. 그런 다음 시간이 되면 마취과 가서 설명을 듣고 가라고 하셔서 위층에 있는 마취과 선생님 진료실에 가서 무통주사와 수술할 경우에 맞는 마취 주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런 것까지 자세히 말해 줄 줄은 몰랐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독일의 의료 서비스에 난 약간, 아니 아주 많이 감동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독일에 대한 신뢰감이 조금 떨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감동받았다. 아님 내 지금 호르몬의 문제인가? 마취과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다시 내려와서 확인받으면서 출생신고 관련 서류를 물어보니까 그건 때 되면 설명을 드리고 병원 측에서 할 일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또 안심시켜 주셨다. 아마 병원에서 인증서를 써 주고 그거랑 관청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가져가서 관청에 신고하면 되는 듯하다. (출생신고 관련 포스팅을 또 하게 되겠군)
그러고 나오면서 남편한테 보여 주려고 분만실 사진을 찍어 왔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시설이 깔끔하고 잘 되어 있을 것 같다.
이제 정말 40주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봉봉이를 곧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지금과는 전혀 다를 우리 부부의 생활에 대해 걱정도 동시에 들긴 하지만 이제 분만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봉봉이가 나오려고 할 때까지 집에서 요양도 하고 일도 조금 쉬엄쉬엄하면서 기쁘게 기다려야겠다. 우리 곧 만나자, 봉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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