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사바하 리뷰 - Korean movie "Sabaha"


  지난주에 "사바하"라는 영화를 봤다. 사전 정보 없이 본 거라서 내용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뭔가 종교 얘기가 많아서 그런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여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이건 영화 리뷰라기보다는 영화를 보고 나서의 내 생각을 쓴 글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글을 시작하는 지금도 온전히 영화 얘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으므로...

  영화는 처음에 공포 분위기로 시작한다. 어떤 여인이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 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으로 들어간다. 이 여인은 쌍둥이를 낳는데, 먼저 태어난 아이는 일반 아기와는 형체가 다르다. 뭔가 으스스한 시커면 피범벅이다. 의사는 이 아이는 얼마 못 가 죽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고 둘째가 태어난다. 둘째는 다리 한쪽이 성치 않다. 첫째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물어 뜯었다고 한다. 영화 내내 이 첫째 아이는 "그것"이라고 지칭한다. (이것이었나? 어쨌든 대명사로 지칭함) 처음에 동생 쌍둥이는 "귀신"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공포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중간에 목사님이 등장하고 스님이 등장하고 동방교라는 종교가 등장한다. 심오한 얘기가 오가고 경전 얘기도 오간다. 나중에 다른 이들의 리뷰를 읽어보고 알았는데, (아직 확실히는 모른다.)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진 시나리오라고 한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이를 두려워한 왕이 (이름 또 생각 안 남...) 예언과 비슷한 조건의 아이를 모조리 죽였다고... 그래서 중간에 이정재가 크리스마스는 즐거운 날이 아니라 슬픈 날이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예수가 태어나기 위해 그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에...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진 이 영화는 잔잔하게 결말에 도달한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보다 굵직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혹평을 하는 이도 있더라. 근데 나는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갔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더욱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와닿았던 대사는 "불교에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아요. 인간의 타락만이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기독교식으로 생각해서 인간의 타락을 악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나는 왜 이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착한 것, 나쁜 것이 뭘까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그냥 엄마가 좋다고 하면 좋은 것이고 나쁘다고 하면 나쁜 것이라고 믿었다. 오락실은 나쁜 애들만 가는 데라고 극단적으로 하는 말도 난 믿어서 오락실도 가지 않았다. 물론 엄마는 내가 그런 데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극단적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렇게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부탁을 들어주고 그렇게 선의(?)를 베풀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근데 왜 내가 자랄수록 내가 선의를 베푸는 행동을 할수록 친구들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걸까? 그렇게 착하게 살면 안 된다고 하는 걸까? 그럼 선이 나쁜 것인가? 악이 좋은 것인가?

  물론 친구들의 말이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쁘게 해야 된다는 말인 건 이해하고 있었지만 줄곧 그렇게 살았던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니 심적으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친구들에 대한 괜한 반항심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의문을 품었다. 적당히 착하고 나쁜 것은 누가 정하는 기준인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서 선과 악은 대체 누가 나눈 기준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나눈 것인가? 삶은 워낙 바쁘게 흘러가니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지낸 것은 아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하기는 했던 것 같다.

  나는 무교였고, 아직은 무교이다. 그런데 독일에 오면서 여러 종교를 접하게 되었다. 이슬람교, 기독교, 천주교... 일단 기독교와 천주교를 믿는 친구들은 한국에도 더러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었지만 이슬람교에 대한 나의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물론 경험하면서 다른 편견이 생긴 것도 같지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불교를 믿으신다. 신실하다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꽤 정기적으로 절에 가신다. 어렸을 적에도 절에 따라가 불상을 보고 절밥을 얻어 먹었지만 내가 불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종교를 접해 보다 보니 나는 그냥 불교를 믿는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최근 들었다. 윤회 사상을 믿는 것도 그러하고...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교라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뿌리 깊이 박힌 사상이 불교 사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상이 깔린 전래동화나 위인전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하며 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라고 하는 부부들이 가끔 서로에게 하는 식상한 질문에도 윤회 사상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최근 들어 하고 있는 와중에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리고 앞서 말한 선/악을 구분짓는 데에 대한 불교 사상을 접하고 많은 공감을 하면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사실 내게 종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교리 중에 가장 내 사상과 가까운 것을 꼽으라면 불교임은 확실해진 듯하다. 이 영화를 제작할 때 그런 의도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1% 정도는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 날 때 한 번 더 봐도 괜찮을 것 같은 영화이다. 처음 볼 때는 대사 하나하나 모두 이해하기엔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시 보면서 정리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최근에 나온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도 무지 재미있어서 한 번 더 봤는데, 또 보니까 더 폭소하게 되더라. 요즘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이라 또 보기가 잘 되지 않지만 그래도 나랑 코드가 맞는 명작은 또 보기를 하게 된다. 어쨌든 이 "사바하"라는 영화는 스릴러를 즐기는 이에게도 썩 나쁘지는 않은 영화이고 종교와 그 사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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