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갔다가 온 지 어느 새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한국에 있을 때 터진 코로나는 우리가 독일에 오자마자 유럽 전역, 아니 전 세계에 퍼져 버렸다.
독일에 도착했을 때 정말 이해가 안 갔던 게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으며 대형 마트나 가야 기껏 장갑 낀 사람 몇 명만 보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앙역에 막 도착했을 때는 술 취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들 둘이서 마스크 낀 우리 둘을 보며 잇츠 코로나 타임 허? 이럼서 조롱했다.
무식한 것들 이러면서 마스크가 무서운가 보다 하고 혹시 해코지 당할까 봐 마스크를 벗고 불안해 하면서 KFC 치킨을 주문했던 기억이... 아무튼 그 뒤로도 병원 가는 길에 머리 빈 아랍형들(아랍 애들이 머리 비었다는 게 아니라 아랍 애들 중에 머리 비어 보이는 무리였다는 뜻)이 우리가 마스크 끼고 지나가니까 막 기침을 해대고 쌩 난리를 치면서 환호(?)를 보냈다. 아 멍청한 것들 이러면서 또 속으로 되뇌며 가볍게 웃어 넘겨 주었다.
한국 뉴스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코로나 인종 차별에 대해 좀 심각하게 다뤘는지 며칠 전에 아빠랑 시누 언니한테 걱정스런 전화를 받았다. 나도 동영상을 봤는데, 사실 그런 일이 참 비일비재한데 그 당하신 분이 넘 많이 당하니까 못 참고 그냥 넘어가지 않자 걔네도 더 화가 나서 일이 아주 커진 것 같다. 대단한 용기다. 그게 아마 한 달 전쯤에 일어난 일인 것 같다. 대사관에 연락이 오가고 한 시간까지 고려해 봤을 때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사례라는 뉴스와 한국의 시민의식이 높게 평가를 받으면서 좀 그런 분위기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물론 집 밖으로 잘 나가진 않지만.
어쨌든 마스크 얘기로 돌아와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쓰는 마스크를 여기서는 안 쓰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조심스럽지만 미국인 친구와 얘기를 나눴는데,
그 친구도 그 당시만 해도 마스크가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마스크가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고 서구 사람들은 만지는 거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갑을 끼고 마트 장을 보고 그런다고... 그러면서 자기가 일본에 있을 때 느낀 건데 일본 사람들은 그럴 때 마스크만 끼면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게 자기는 이상한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 친구의 말에 아예 공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마스크만 쓰고 손을 씻지 않으면 당연히 아무것도 예방되지 않겠지. 그래서 내가 마스크를 끼는 건 나를 보호하려는 것도 있지만 바이러스가 더 퍼지지 않게,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끼는 최소한의 방어책이라고 말해 주었다. 혹시나 이런 언쟁 아닌 언쟁 때문에 기분이 상할까 봐 "Please stay healthy" 이러면서 급 마무리를 하긴 했다.
그때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동서양의 생각 차이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또 내가 그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일이 생겼다.
2017년 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묵은 에어비앤비 집주인과 아직도 페북 친구 관계인데 뮌헨 근교에 사는 프리랜서 예술가 아줌마이다. 그분이 요즘 독일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불만이 쌓이셨는지 마스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게시글을 계속 올리고 계신다. 내 독일어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세세한 내용까진 모르겠지만 백신과 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해서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의 글도 올라오고 어쨌든 현재 코로나에 대한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죽기를 두려워하는 삶보다는 자유롭게 살기를 택하겠다는 뭐 그런 허울 좋은 말도 올리시고 마스크를 쓴 불친절한 얼굴을 매일 마주해야 하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놀지 못하고
출산 시 남편이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뭐 그런 글도 있고... (나도 출산일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남편이 같이 못 있게 되면 좀... 아니 마니 무섭다...)
이런 일상 속에서 서양권과 동양권의 개념 충돌이 발생하니까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와 다른 개념에 언성이 높아진다기보다는 참 흥미로운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50% 이상인 것 같지만 이런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는 게 서구권 사람들이 얼마나 동양인의 상상 이상으로 개인적인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위기 상황이 아닐 때 평화로운 일상에서는 개인의 존재나 권리가 존중받는 이런 문화가 나에게 더 잘 맞는 듯했다. 그래서 독일에서 살기로 결심한 것도 분명 있었다. 약 30년간 한국의 집단주의적 사고 방식에 많이 치여 있었으므로... 5~6살 때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집단 생활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내 개인과 소속 집단의 충돌은 결혼 후까지 이어졌다. 그저 나이를 먹으면서 소속 집단이 변할 뿐이었다. 20대 때는 소속 집단이 싫으면 내가 떠나면서 나에게 맞는 집단을 열심히 찾았던 것도 같다. 이곳 독일에서는 물론 내가 프리랜서라 집단에 들어갈 필요도 없지만 그 집단이 어디든 개인이 존중받기 때문에 그렇게 충돌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뭐 집단에 들어가본 적이 없으니 그냥 카더라 정보이긴 하지만.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위기가 터지니까 마치 한 부부에게 위기가 닥치면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처럼 모든 나라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는 듯하다. 늘 위기에 강했던 한국은 밑바닥에 단단히 잡혀 있는 집단주의적 사고(좋게 말하면 "정" 문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로 서로에 대한 배려로 단결하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거라는 보도가 많다. 물론 메르스 때 자리잡았던 확진자 경로 추적의 역할이 크긴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동의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확진자 경로 추적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개인 정보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어느 것보다 생명이 우선인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모두가 당연히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민족적 특성이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늘 전시 상황에 있는 국가적 특성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우리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항상 위기인 국가인 것이다. 그에 비해 아무 위기 의식 없이 살고 있는 서구권 사람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아무 위기 의식 없이 자유롭게 살던 그 개인의 자유에 침해를 입은 것이다. 이 얼마나 당황스럽겠나? 이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답답하고 늘 하던 이웃, 친구들과의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눈이 들어가 눈 근육이 없는 이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쓴 얼굴은 한 없이 불친절해 보이는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이 불편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건 정말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런 갑작스런 불편함 때문에 불만이 생기고 이 객관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런 땡깡(?) 부리는 일부 사람들이 퇴원자가 75%가 넘어가고 있는 이 긍정적인 독일 상황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어쨌든 난 두 달 뒤면 출산을 하게 될 테고, 그러면 내가 지켜내야 할, 그야말로 아직은 취약한 생명이 하나 더 느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부의 지침을 잘 따라 주고 있고, 일부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제 안전이 먼저이고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땡깡 부리지 않는 조용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아서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불편함을 감수해서 이 끔찍한 상황에서 얼른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으로 누구보다 돌아가고 싶기 때문인 것이다. 제발 마음을 고쳐 먹고 일상을 최대한 빨리 되찾는 데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정말 모두의 도움이 필요한 때이니까.
그리고...
그 무엇보다 봉봉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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